2023년 12월 1일 비영리 사단법인 함께서봄 창립총회가 서울 중구에서 열렸습니다. HIV 감염인이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최초의 사단법인을 지향하며, 감염인 인권과 돌봄을 위해 활동하는 공적 주체로 함께서봄의 문을 열었습니다. 7명의 발기인이 반년에 걸친 논의를 거듭하여 정관을 작성했습니다. HIV 감염인 활동가와 비감염인 활동가, 연구자 등 9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를 모셨습니다. 그리고 2024년 2월, 서울시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함께서봄은 당분간 함께 존재합니다. 앞으로 함께서봄의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 설립취지문
HIV 감염인, 에이즈 환자로 살아가며 차별과 혐오는 일상이었습니다. 감염 사실이 노출 될까 두려워 아프다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었지만 고립된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막막한 순간에도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 나를 미워하고 탓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경험한 차별은 더 큰 좌절을 경험하게 했고, 건강한 모습으로 사는 미래의 삶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HIV 감염인에게 향한 낙인으로 인해 모든 고통과 책임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사라져야 할 나쁜 질병으로 인식되고, 에이즈 예방만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에이즈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을 때부터 두려움이라는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동료 감염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모일 공간도 없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재원도 부족했지만 모이고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활동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HIV 감염인 자조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길 반복했습니다. 더딘 변화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HIV 감염인 자조 모임들은 이름만 달리했을 뿐 계속 이어졌고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과정이었습니다.
2012년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가 설립되고 나서 HIV 감염인의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동료 감염인 상담을 시작했고, 초기 감염인을 위한 힐링캠프를 기획했습니다. HIV 감염인이 모일 수 있는 공간 PL 사랑방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고 어울리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립된 삶 대신 감염인 커뮤니티에 참여할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KNP+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게 HIV 감염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원하였고,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2023년 현재 1만 5천 명이 넘는 생존 감염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매년 발표하는 통계에는 숫자만 있을 뿐 HIV 감염인 개개인의 삶은 삭제되어 있습니다.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 외에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고, 경제적 ·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살아가는 감염인들이 존재합니다. 숫자에 가려진 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린 생존 감염인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감염인이 감염인을 서로 돕는 돌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삶이 숫자로만 남지 않고, 취약해도 서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환경으로 안내하는 것, 자조와 협동의 정신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것에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발전했고, 치료제 복용도 쉬워졌고, 이제는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왜 여전히 많은 감염인들이 취약한 상태로 살아가는지,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운 섬처럼 존재해야 하는지, 이 질문들은 숫자가 대신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KNP+ 10년 역사를 이어가고, 지속 가능한 서로 돌봄 환경을 구축하고자 사단법인 함께서봄 활동을 시작합니다. 감염인이 감염인을 서로 돌보고,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연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함께서봄’은 자조, 협동, 연대, 신뢰라는 핵심가치를 가지고 감염인 자조 모임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합니다. HIV 감염인이 지원대상으로만 머물지 않게, 조직 운영과 사업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활동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취약계층 감염인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 고립된 삶이 아니라 서로 돕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HIV 감염인들의 유대를 강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체계적인 돌봄 정책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대안적인 돌봄 활동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은 HIV 감염인으로서 건강하고 당당한 삶, HIV 감염인이 온전히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HIV 감염인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 의료와 돌봄 현장에서 소외되지 않게, HIV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함께할 것입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의 활동으로 HIV 감염인 인권과 복지 환경은 더 나아질 것입니다.
2023년 12월 1일
사단법인 함께서봄 발기인 일동
(창립총회가 진행 중인 공간 채비 전경)
2023년 12월 1일 비영리 사단법인 함께서봄 창립총회가 서울 중구에서 열렸습니다. HIV 감염인이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최초의 사단법인을 지향하며, 감염인 인권과 돌봄을 위해 활동하는 공적 주체로 함께서봄의 문을 열었습니다. 7명의 발기인이 반년에 걸친 논의를 거듭하여 정관을 작성했습니다. HIV 감염인 활동가와 비감염인 활동가, 연구자 등 9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를 모셨습니다. 그리고 2024년 2월, 서울시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와 함께서봄은 당분간 함께 존재합니다. 앞으로 함께서봄의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 설립취지문
HIV 감염인, 에이즈 환자로 살아가며 차별과 혐오는 일상이었습니다. 감염 사실이 노출 될까 두려워 아프다는 말도 쉽게 하지 못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었지만 고립된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막막한 순간에도 도움을 요청하기 보다 나를 미워하고 탓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의료기관에서 경험한 차별은 더 큰 좌절을 경험하게 했고, 건강한 모습으로 사는 미래의 삶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HIV 감염인에게 향한 낙인으로 인해 모든 고통과 책임을 감내해야만 했습니다. 사라져야 할 나쁜 질병으로 인식되고, 에이즈 예방만 강조하는 한국 사회에서 HIV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에이즈라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을 때부터 두려움이라는 무게를 이겨내기 위해 동료 감염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모일 공간도 없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재원도 부족했지만 모이고 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활동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많은 HIV 감염인 자조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길 반복했습니다. 더딘 변화 앞에서 좌절하기도 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돌이켜보면 HIV 감염인 자조 모임들은 이름만 달리했을 뿐 계속 이어졌고 그것은 단절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과정이었습니다.
2012년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가 설립되고 나서 HIV 감염인의 삶에 많은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동료 감염인 상담을 시작했고, 초기 감염인을 위한 힐링캠프를 기획했습니다. HIV 감염인이 모일 수 있는 공간 PL 사랑방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고 어울리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립된 삶 대신 감염인 커뮤니티에 참여할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KNP+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살아갈 수 있게 HIV 감염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원하였고,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차별에 목소리를 높여 왔습니다.
2023년 현재 1만 5천 명이 넘는 생존 감염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이 매년 발표하는 통계에는 숫자만 있을 뿐 HIV 감염인 개개인의 삶은 삭제되어 있습니다. HIV에 감염되었다는 사실 외에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하고, 경제적 ·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살아가는 감염인들이 존재합니다. 숫자에 가려진 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우린 생존 감염인 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감염인이 감염인을 서로 돕는 돌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는 바로 우리의 삶이 숫자로만 남지 않고, 취약해도 서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의 환경으로 안내하는 것, 자조와 협동의 정신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는 것에 있습니다. 의학기술이 발전했고, 치료제 복용도 쉬워졌고, 이제는 만성질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왜 여전히 많은 감염인들이 취약한 상태로 살아가는지, 차별과 혐오에 대항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왜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서 외로운 섬처럼 존재해야 하는지, 이 질문들은 숫자가 대신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KNP+ 10년 역사를 이어가고, 지속 가능한 서로 돌봄 환경을 구축하고자 사단법인 함께서봄 활동을 시작합니다. 감염인이 감염인을 서로 돌보고,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연대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함께서봄’은 자조, 협동, 연대, 신뢰라는 핵심가치를 가지고 감염인 자조 모임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합니다. HIV 감염인이 지원대상으로만 머물지 않게, 조직 운영과 사업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활동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습니다. 또한, 취약계층 감염인을 발굴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며, 고립된 삶이 아니라 서로 돕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HIV 감염인들의 유대를 강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체계적인 돌봄 정책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대안적인 돌봄 활동을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은 HIV 감염인으로서 건강하고 당당한 삶, HIV 감염인이 온전히 존중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HIV 감염인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고, 의료와 돌봄 현장에서 소외되지 않게, HIV에 감염되었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함께할 것입니다. 사단법인 함께서봄의 활동으로 HIV 감염인 인권과 복지 환경은 더 나아질 것입니다.
2023년 12월 1일
사단법인 함께서봄 발기인 일동
(창립총회가 진행 중인 공간 채비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