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2015.12.2] 논평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이하며 - 숨어있지 않겠습니다.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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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1일 세계 에이즈의 날 (World AIDS day)을 맞이하며


“숨어있지 않겠습니다.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2015년은 한국에서 최초의 HIV감염인이 확인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초기에는 ‘20세기 흑사병’ 이라고 불리며 공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질병이었지만 지금은 정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듯 고혈압과 당뇨처럼 관리만 잘하면 큰 문제없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규감염인 수는 2014년부터 천 명이 넘어 섰고, HIV감염인을 향한 차별과 낙인은 더 견고해지고 있습니다. 치료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 HIV감염인의 삶은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에이즈환자가 요양할 수 있는 병원은 2014년 1월부터 전무하여 중증에이즈환자들은 병원과 집을 전전하며 살아갑니다. 인권침해로 문제되었던 요양병원장은 HIV감염인 당사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감염내과가 있는 종합병원에서조차 협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차별적인 진료행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에이즈검사로 가벼운 치료조차 받기 힘든 상황입니다. 에이즈 혐오는 더 강화되어 에이즈환자를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세금을 축내고 있는 ‘나쁜 시민’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HIV/AIDS감염인들이 서 있는 인권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고 마치 80년대 격리와 공포의 시대로 퇴행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각 국 정부와 HIV/AIDS감염인들 사이에 유연한 파트너십이 강조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낙인의 굴레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정부는 HIV/AIDS감염인들의 요구를 귀찮아했습니다. 에이즈 예방을 위한 주체로 보기보다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대우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는 감염인 스스로의 힘을 키우고 정당한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HIV/AIDS감염인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입니다. 2015년 모금을 통해 감염인들이 모일 수 있는 PL사랑방을 최초로 만들었듯, 불가능하다고 취급받던 많은 것을 시도할 것입니다. 우리는 HIV/AIDS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망을 튼튼히 구축하고, 에이즈관련 법적 제도적 차별이 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장기요양사업이 에이즈환자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게 한국에서 정착될 수 있게 앞장설 것이며, 미약하기 짝이 없는 HIV/AIDS감염인 복지를 개편하고 더 확대될 수 있게 요구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에이즈 예방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건강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HIV/AIDS감염인의 인권은 무시되고 있습니다.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모든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HIV/AIDS감염인이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고 건강하게 생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에이즈예방의 지름길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낙인과 차별적인 사회적 환경이 치료를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 고령의 감염인들에게 한 달 3만원 식료품비를, 그것도 서울 수도권 80여 가구에게만 지원하는 것이 복지의 끝이 아닙니다.


HIV/AIDS감염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권침해를 당해도, 진료거부를 당해도, 취업거부나 해고를 당해도,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합니다. 몸이 아픈 에이즈환자들은 혹한의 날씨에 알몸으로 길가에 방치된 것과 같습니다. 사회적 편견때문에 스스로 가족과 단절하거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족과 단절된 감염인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요양병원마저 없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우리는 정부에 요구합니다.


감염 확진 초기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HIV/AIDS감염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지원센터가 필요합니다.


최소한의 심리적 안정과 치료를 위해 하루 속히 쉼터와 요양병원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에이즈 예방만이 아니라 HIV/AIDS감염인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진료비 지원을 넘어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신규 감염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진료비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예산을 증액하고, 돈 걱정없이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 HIV/AIDS감염인들은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 이제는 자신을 혐오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사랑하며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는 감염인이기 때문에 움츠려있었던 시대를 끝내고 모든 HIV/AIDS감염인들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15년 11월30일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KNP+